니셴라는 하얀 칠이 벗겨진 철창 너머서 물결 같은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고 푸른 옷을 걸친 채 빨래를 밟았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것은 고작 나흘 전으로, 기실 빈말로도 내가 그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겼다 생각되진 않았다. 그날도 니셴라는 빨래를 밟고 있었다. 아마로 된 치마를 웃자란 풀숲에 벗어둔 채 속바지 차림으로 잿물이 그득 찬 바구니 속을 맨발로 첨벙거...
자해 및 상처 관련한 묘사에 주의해주세요. 잭의 호칭이 잭이 아닌 이유: 카로슈 스토리까지 클리브가 계속 잭을 짱 센 클리브 정도로 부르고 있었기에… (아이고, 클리브야!) 시작은 손가락의 작은 생채기였다. 면도날을 잘못 만졌던가, 종이에 손이 베였던가 정도의, 어제 아침을 의심토록 하는 사소한 따끔거림. 클리브는 그것을 여상히 여겼다. 손가락에 반창고를 ...
사랑하는 남자와 사랑 받는 여자와 사랑하지 않는 여자의 로맨스 판타지물… 을 쓰려다가 버림. 아르길은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그는 간지럽다며 작은 웃음과 함께 내 손을 피했지만 나는 그래도 집요하게 그의 뒷목을 간지럽히는 걸 좋아했다. 그 순간 만큼은 나도, 그도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나는 열여섯 소녀였다. 비쩍 곯아 거동 마저 힘든, 말 한...
선박 서커스단의 말단 사무 직원인 키르케. 그가 미친 업무량에 죽어갈 무렵 급작스럽게 폭설이 시작되고, 정박한 기항지에서 본사 소속 직원을 만난 키르케가…… 본사의 비밀에 대해 알아갈 예정이었던 글. 그만 쉬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키르케는 컴퓨터 모니터만을 끄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평소 같았다면 사무실을 나가기 전에 먼저 나서서 인사라도 건넸을 텐...
[인어×인조인간×초능력자] 익사한 인어, 끝없는 꿈을 꾸는 인조인간, 그리고 마음의 소리를 듣는 초능력자의… 빙글빙글 엉망진창 미스테리 판타지 표방물. (의 도입부) 식인, 살해, 자살 소재에 주의해 주세요. 깊게 묘사되지 않지만, 아주 당연하게 그러한 소재들이 언급됩니다. 2013년의 초고를 일부 수정하여, 성 인지 감수성과 가독성이 그리 멀쩡하지 않은 ...
오메가버스 처음 써봄. 근데 오메가(후배)×알파(선배)인. 주의: 각자의 연인들에게 반쯤 차인 2명이 서로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바람을 피웁니다. 아마도 로코? 였던 것 같음. 확신 없음. 저는 로코에 매번 실패하기 때문에. 근데 바람 피우는 게 어떻게 코미디지……? 하지만 코미디처럼 쓰려고 노력은 했음. 2018년 초고, 2022년 일부 수정. 과거, ...
신체가 아동인 이를 향한 수직적인 가정 폭력(정서적 학대), 유산, 산후우울증, 근친에 관한 내용 포함. 가필.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가지 않은 길을 질투하고 후회하는 시기가 있다. 졸인 산딸기의 과육이 아삭아삭 씹히는 바바로아가 아니라 불로 겉면을 살짝 그을린 머랭이 잔뜩 올라간 레몬 타르트를 먹었어야 했다는 후회는 그래도 바로 잡을 수 있다. 누군가...
*작업한 지 시일이 지나 현재 문체와 샘플의 문체가 다를 수 있습니다. 클리브과 잭이 현대의 쌍둥이 형제라는 설정. 클리브의 성격이 차갑게, 잭의 성격이 유약하게 묘사되었습니다. 학교폭력, 식인 및 살인 소재에 주의해주세요. 작 중 채식주의자에 대한 묘사는 작업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플롯은 R님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 소파 팔걸이 위에 걸친 잭의 팔...
1935년은 검은 하늘과 함께 밝았다. 일식이나 극야極夜는 아니었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연기였다. 구름 같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그것이 안개와 진배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디미스트로부터 퍼져 나온 검은 안개는 표면장력조차 없이 아래로, 또 멀리 흘러 이윽고 포트 레너드까지 집어삼켰다. 포트 레너드는 겨울 요정의 저주를 받은 마을처럼 얼어붙었다. 하루...
(문자)허묵의 격려 이후. 2018.09.13에 업로드한 글의 백업입니다. 일부 문맥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호의란 언제나 허울 좋은 말이었다. 사탕처럼 달고 보석처럼 반짝였다. 남자가 유연에게 건네주는 것들은 대부분 그러했다. 그럼에도 유연은 언제나 그를 의시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아니, 아버지의 죽음이 어쩌면 단순한 사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고...
2018.10.08에 업로드한 글의 백업입니다. 일부 문맥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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